평범했던 내가 왜 이렇게 예민해졌을까?
최근 들어 자주 짜증이 납니다.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요동치고, 가족의 말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기도 합니다. 전에는 잘 참던 일이었는데, 이젠 참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감정의 기복은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었고, 피곤함보다 더 깊은 지침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동시에 한 가정의 기둥이자, 제 친정의 장녀로서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늘 누군가를 돌보며 살다 보니, ‘나’라는 사람은 뒤로 밀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거울 속 제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얼굴빛은 칙칙했고, 눈빛은 힘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너무 자주 무너졌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40대 여성의 감정기복은 생각보다 많은 여성분들이 겪고 있는 문제였습니다. 특히, 호르몬 변화로 인한 기분 변화는 갱년기 전후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로 분류되어 있었고, 저와 같은 증상을 겪고 계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미국의 건강 포털 WebMD와 Harvard Health Publishing에서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수치의 변화가 여성의 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호르몬은 여성의 생리주기, 수면, 체온 조절은 물론이고 **세로토닌 분비(기분 조절 호르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수치가 불균형해지면, 불안감, 우울감, 분노, 감정 폭발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감정의 파도 앞에서 단지 ‘나약해서’, ‘내가 잘못해서’라고만 자책하신다면 너무 가혹하신 거예요. 이건 내 몸이 보내는 ‘호르몬 변화’라는 신호일 뿐입니다.
엄마로 살아가며 묻혀버린 나의 감정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고된 여정입니다. 저 또한 엄마로 살아오며,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조용히 눌려 지낼 수 있는지 절실히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들의 식사, 등하원, 숙제, 감정까지 돌보는 동안 정작 제 마음은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그런데 셋째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쌓여 있던 감정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잠시 여유가 생기자 오히려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들이 더 강하게 올라왔고, 저는 울컥 화를 내거나, 금세 눈물이 나거나, 아무 감정 없이 멍해지곤 하였습니다.
이처럼 갑작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감정기복은 단순히 정신적인 약함이 아니라, 호르몬의 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오래전부터 존재합니다.
Harvard Medical School의 여성건강센터에서는 여성의 감정기복이 **에스트로겐(estrogen)**과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의 수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 호르몬들은 단순히 생리 주기를 조절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과 도파민(dopamine)**의 분비에 영향을 주어 기분, 감정, 수면, 에너지 수준까지 전반적인 정신 건강에 관여하게 됩니다.
특히 40대 이후 여성의 경우, 이러한 호르몬의 변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며 생리 주기의 불규칙, 피로, 우울감, 불안감,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정기복’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확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Mayo Clinic의 자료에 따르면, 폐경 전 단계인 ‘Perimenopause’(폐경 전기) 시기에는 감정의 불안정성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 시기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 여성에게서 가장 흔하게 시작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시기에는 외부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여성 내부에서는 이미 신경계와 호르몬 시스템 전체에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건강검진에서 호르몬 수치의 경계선에 있는 것을 확인받았을 때, 그동안 느껴왔던 감정의 소용돌이가 단순히 성격의 문제나 스트레스 때문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웠습니다. 그동안 저는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며 살아왔고, 내 감정을 ‘엄마니까 참아야지’, ‘장녀니까 견뎌야지’라는 말로 눌러왔기 때문입니다.
WebMD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감정기복은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이지만, 이를 이해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여성이 ‘참는 미덕’을 강조받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이 변화가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호르몬 수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말입니다. 그렇게 저만의 ‘100일 감정회복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첫날 저는 ‘오늘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를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불과 한 줄이었지만,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제 속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 웃는 얼굴에 눈물이 날 뻔했어요. 내가 너무 지쳐 있었나 봐요.’
그 문장을 쓰며 저는 처음으로 제 감정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후 매일 짧은 명상, 차 한 잔 마시는 여유, 하루 30분 스마트폰 미사용 시간, 그리고 감정 기록까지. 큰 노력은 아니었지만, 그 변화는 분명했습니다. 감정의 파도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젠 조금 더 부드럽게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호르몬 변화, 감정기복을 다스리는 100일 프로젝트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은 없었습니다. 다만 내 감정을 매일 돌아보자는 의지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오늘 나의 기분은 어땠는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 ‘내가 나에게 얼마나 친절했는지’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감정일지 쓰기
매일 밤, 짧게라도 감정을 적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감정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생리 전후, 수면 부족한 날, 바쁜 일정이 겹친 날에는 유독 짜증이 많아졌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걸 알아차리니, 같은 상황에서도 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극적인 정보 피하기
감정이 예민할 때는 스마트폰도 독이 되더군요. 뉴스, SNS, 카톡 알림이 쉴 새 없이 머리를 어지럽혔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에 1시간 미디어 디톡스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 시간에는 명상 음악을 틀어두고, 눈을 감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식단 관리와 영양소 보충
감정은 장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Harvard Medical School에서는 ‘gut-brain axis’ 즉, 장과 뇌가 신경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을 통해, 장내 환경이 우울감, 불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 건강에 좋은 음식 위주로 식단을 바꿨습니다. 유산균, 식이섬유, 아연, 마그네슘이 풍부한 음식들을 조금씩 추가했더니 속도 편안해지고 기분도 한결 나아졌습니다.
감정기복이 줄어든 지금, 나는 다시 나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100일 프로젝트의 56일째를 지나고 있습니다. 지금의 저는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짜증이 줄고, 눈물도 덜해졌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엄마 요즘 화 안 내서 좋아”라는 말 한마디에, 제가 정말 달라졌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호르몬 변화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에 휘둘릴 것인지, 그 속에서 나를 지켜낼 것인지는 내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 감정을 회복하게 하고, 다시 나를 찾게 해주었습니다.
엄마로서, 장녀로서, 여자로서… 저는 여전히 여러 역할을 감당해야 하지만, 이제는 ‘나’라는 중심을 지키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간단한 실천 포인트 요약
실천 항목방법
감정 기록 | 매일 자기 전 3줄이라도 감정 정리 일지 쓰기 |
미디어 디톡스 | 하루 1시간 스마트폰 OFF – 명상, 음악, 눈 감고 쉬기 |
식단 조절 | 유산균, 식이섬유, 마그네슘 섭취 / 자극적 음식 줄이기 |
수면 안정화 | 밤 11시 이전 취침 / 카페인 줄이기 / 숙면 유도 음악 활용 |
몸의 흐름 이해 | 생리 주기 앱 활용, 감정기복이 심한 시기 체크 후 주변 알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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